췌장은 우리 몸속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기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소화효소를 만드는 장기’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췌장은 소화뿐 아니라 인슐린 분비를 통해 혈당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췌장이 한 번 손상되면 그 기능을 되돌리는 것이 어렵고, 장기적인 손상은 당뇨병, 췌장염, 나아가 치명적인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췌장은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해, 특정 음식 섭취만으로도 급성 염증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췌장은 먹는 것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장기”라고 말한다. 다음에 소개할 음식들은 의사들조차 섭취를 경계하라고 강조하는, 췌장 건강에 가장 나쁜 선택이다.
1. 고지방 가공육: 췌장 효소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한다
가공육 중에서도 특히 베이컨, 소시지, 햄은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은 식품이다. 췌장은 지방을 소화하기 위해 리파아제라는 소화효소를 만들어내는데,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이 들어오면 효소 분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때 효소가 제어되지 못하고 췌장 내부에서 활성화되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고지방 식단은 급성 췌장염의 주요 유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며, 고기보다 가공된 형태의 육류는 그 자극성이 더 크다. 문제는 이런 식품들이 자주 아침 식사 대용으로 소비되거나, 간식처럼 쉽게 섭취된다는 점이다.
2. 설탕이 과도하게 들어간 음료: 췌장 인슐린 분비 부담을 키운다
청량음료, 과일맛 탄산수, 액상 과당이 첨가된 스포츠 음료 등은 설탕 함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체내 흡수 속도도 매우 빠르다.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면 췌장은 인슐린을 대량 분비해 이를 조절하려고 한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췌장의 베타세포가 피로해지고, 점차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면서 당 대사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설탕보다 더 위험한 것이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다. 이는 췌장을 자극하면서도 혈중 인슐린 반응을 왜곡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당뇨병과 췌장 기능 저하를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 음료로 당을 섭취하는 습관은 췌장에 있어 가장 위험한 선택 중 하나다.
3. 트랜스지방 함량 높은 패스트푸드: 염증 반응을 유발해 췌장 조직에 손상을 준다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단지 열량이 높다는 데 있지 않다. 특히 튀김류나 냉동 가공식품에는 트랜스지방이 다량 포함돼 있는데, 이 성분은 체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세포막을 손상시켜 췌장세포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더욱 심각한 점은 트랜스지방이 췌장의 인슐린 수용체 민감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당 대사의 비정상화로 이어지며, 제2형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의 배경이 된다. 일반적인 기름보다 위험한 트랜스지방은 ‘맛’을 위해 첨가되지만, 그 대가는 췌장 세포의 소모다.
4. 술: 췌장염을 직접 유발할 수 있는 유일한 음료
췌장에 가장 직접적이고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술이다. 알코올은 췌장의 소화효소 분비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효소 배출 통로를 좁게 만든다. 이로 인해 효소가 제때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 내부에서 활성화되면서 조직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가 소화’ 상태를 유발한다. 급성 췌장염 환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알코올 섭취이며, 반복적 음주 후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될 경우 섬유화가 시작돼 췌장 기능이 되돌릴 수 없게 된다. 특히 폭음과 고지방 안주가 결합할 경우, 췌장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췌장은 ‘참는 장기’다. 통증이 발생했을 땐 이미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예방이 중요하고, 가장 큰 예방책은 바로 식습관이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섭취하던 음식이 췌장에 있어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췌장은 한 번 손상되면 복구가 쉽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가 장기적으로 건강을 결정짓는다. 오늘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순간이, 췌장의 수명을 결정하는 시간일 수 있다.